"우리는 여행을 통해 자신을 본다.

세상과 마주 서는 법을 배우는 자신을,

일말의 두려움을 떨쳐버리기 위해 눈을 부릅뜨는 자신을,

그렇게 세상과 마주쳐서 부릅뜬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풍경을

자기만의 가슴으로 담아내려는 자신을."

ㅡ 체 게바라

낯선 세상으로 여행을 간다는 건

나를 버리러 가는지 나를 찾으러 가는지 알 수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의식의 저편을 동경하고 있을 것이고

나름대로 여행의 목적을 설정해 두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인생의 또 다른 터닝포인트에서 자신에 대한 선물이든

미래에 대한 계획이든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힌두교의 나라 인도와 불교의 나라 스리랑카 여행은 신들의 나라에

가 보고픈 내 꿈의 일부였고, 수시로 내가 내게 물어보는 말들을

찾아 떠나는 낯선 것들에 대한 동경 등 여러 가지가 버무려진 희망이었다.

여행을 시작하면서 인도에 대한 내 생각과 주관에 생경한 뭔가가

자꾸 개입되는 것을 느꼈다. 오기 전부터 책을 통해 배웠던 단편 지식과

데이터가 처음에는 크게 틀리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여행을 할수록 보편적 관념 저편의 일들이 혼란했고 

현장의 피부 아래에선 몰랐던 질서와 낯설은 역동성이 다가왔다

그 의문들은 점점 호기심과 경탄으로 바뀌기 시작했으며 알고 있었던

선입견이 뒤집히고, 새로운 두드림들이 불쑥불쑥 올라왔다.

남인도와 스리랑카에서의 여행은 내게 많은 질문을 던져주었다.

일부는 사소한 것이기도 했고 개인적으론 중요한 것이기도 했으며

그 질문들은 앞으로 내가 풀어나갈 삶의 해답으로도 연결될 것이다.

현지인들의 삶에서 보이는 것들이 호기심을 자극했고 환경은 인문이

되고 인문은 다시 역사가 되는 이치를 다시금 깨달았으며

이번 여행은 문화와 철학이 함께한 여행이었고, 역사와 종교를 아우르는 

큰 줄기의 등뼈를 따라간 여행이었다 

단순한 여행을 넘어 그 이상의 사유를 촉발시키는 좋은 경험이었다.

내 삶의 지표들이 조금씩은 다시 수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많아지게 되었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현지인들의 눈동자와 전통 복색들은 자연을 닮았고

그들의 맨발에선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땅과의 이음새가 없었다.

인도 여행에서의 시간은 나의 생각들을 헐겁고 느슨하게 해주었으며

가까이에서 만지고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모든 조건들이 좋았다.

인간의 나약함과 인간의 위대함이 하나로 새겨진 곳에서

신들에게 경배를 드리며 인간에 대한 경외와 만감을 느꼈다.

무엇보다도 여행이 끝나고 와서의 울림도 제법 크다.

11박13일의 일정에서 인도와 스리랑카의 모든 걸 알 수는 없었지만

이 여행을 계기로 앞으로의 여정은 이제 시작일 것이라는 느낌이다

모든 준비와 조건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쾌적했고 박물관을 보고

현장의 유적지들을 볼 수 있도록 안배 해주신 일정 순서도 좋았다.

순간순간 더 좋은 프로그램과 쾌적한 여행환경을 위해 노력해 준

한겨레와 BK TOUR 관계자님들 덕분에 최고의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다

오랜 시간 소요되는 버스길이면 어김없이 풀어주시는 BK 박 대표님의

시베리아와 바이칼 얘기는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고 앞으로 또 다른

여행을 꿈꾸게 했다. 또한 과일 등 먹거리들을 일행에게 수시로 쏘신

대표님의 주머니가 다소 걱정스럽긴 하지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리며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려한다.

여행 내내 먹거리 박스를 들고 다니며 일행들의 사진사가 되거나

일행들의 꼬리를 다 디테일하게 챙겨주셨던 최 인솔자님의 노고에도

감사드리며, 현지 가이드들의 재치 있는 말솜씨와 알기 쉬운 설명들은

오랫동안 기억 될 듯하다.

많은 에피소드와 이야기들은 포스트잇처럼 중간 중간에 끼워질 것이고

더불어 여행을 함께한 일행들 모두에게도 좋은 얘기를 들려주시고,

닮고 싶은 모습들을 보여주셔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

여기저기 여행을 다녀 봤지만 결이 다른 한겨레와 BK투어와의 여행은

다음 여행을 준비하는 또 다른 플랜이 될 것 같다

다시 한 번 여행을 함께 해주신 이번 여행의 동반자들과 뒤에서 애쓰신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