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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K투어

여행후기
남인도-스리랑카에서 만난 부처님과 아름답고 고마운 사람들
작성자 : 조본준 등록일 : 2024-03-19 조회수 : 698
떠나는 날, 만남 시간보다 훨씬 일찍 인천공항 1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근데 3M카운터 근처를 몇 바퀴 뱅뱅 돌아도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나 ‘BK투어안내판을 도대체 찾을 수가 없더군요. 한참 시간을 허비한 후에야 여행가방 손잡이를 뽑아 붙여놓은 안내판을 겨우 발견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있던 탓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경솔하게도 인솔자에게 한 마디 했지요. 손바닥만 한 작은 안내판을 이렇게 낮게 붙여 놓으면 어떻게 찾느냐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그러면 안 되는데... 작은 일이지만 시작부터 뭔가 꼬이는 듯한 느낌.

 

게다가 비행기 출발은 지연됐다고 하고... 그럼 콜롬보 공항에서 연결 항공편을 놓치는 건 아닌지... 운 좋게 연결 항공편은 아슬아슬하게 탄다고 해도 가방은 다음날 항공편으로 늦게 도착하는 건 아닌지... 이런저런 걱정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시작부터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어... 예감이 좋지 않아... 이번 여행 망칠 것 같아...

 

그러나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했다는 기 나라 사람의 걱정(杞憂)이었습니다. 이후의 일은 술술 잘 풀렸으니까요. 연결 항공편도 지연돼 여유 있게 갈아탔고, 가방도 주인 곁을 졸졸 따라 왔습니다. 예정보다 늦은 한밤중에 첸나이에 도착했지만 예쁜 꽃목걸이 선물에 마음이 녹아 내렸습니다. 만지면 촉촉한 금잔화의 풀내음 비슷한 향기까지... 뭔가 잘 되어갈 것 같아...

 

정말 모든 게 잘 되어 갔습니다. 함께 여행하는 친절하고 예의 바른 사람들, 동분서주하며 뒷바라지 하는 인솔자, 입과 지갑을 활짝 열어 즐겁게 해 주는 BK투어 대표님, 예상보다 훨씬 더 한국말을 잘 하는 현지 가이드,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은 날씨 등등.

 

사실 저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육식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집 떠나면 음식에 신경이 쓰이는 편입니다. 게다가 인도는 독특한 향신료로 유명한 나라. 앞서 인도를 다녀온 사람들이 얘기해 주더군요. 냄새 강렬한 인도음식 때문에 고생했노라고... BK투어 안내문도 한 술 거들었습니다. 이런저런 한국 음식을 준비해 가라고 적었더군요. 내가 먹을 게 없겠구나. 굶어 가며 돌아다니다가 살이 쑥 빠져서 돌아오겠구나. 이런 각오를 하고 떠났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매일 삼시 세끼가 호텔 뷔페식이라니...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맘껏 골라먹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매일 샤워를 하면서, 살이 빠지기는커녕 점점 부풀어 오르는 뱃살을 확인하며 걱정해야 했습니다. 벌써 돌아온 지 한 주일이나 지났지만 반갑잖은 뱃살과의 이별은 쉽지 않군요. 장기전에 들어가야 할 모양인데, 제가 이길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습니다.

 

떠나기 전에 각오한 게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금주(禁酒). 출발 전에 한 동안 술 마실 일이 매일 있었습니다. 양조장집 후배로부터 술 선물, 친구들과 모임, 전통주 시음회, 23일 캠핑, 조카사위와 식사, 형님 생일... 매일 술에 찌든 몸을 13일 동안 정화해서 돌아오자. , 비행기 안에서 주는 술은 공짜(?)니까 그것까지는 받아 마시기로 하고...

 

이것도 빗나갔습니다. 일행 중에 애주가가 몇 분 계셨기 때문이지요. 그 분들 덕분에 제가 무척 의지박약한 사람이란 사실만 확인했습니다. 돌이켜 보니 맥주 한 모금이라도 안 마신 날이 단 하루도 없더군요. 특히 여행이 끝나갈 즈음 호텔방에 모여 마신 아락(Arrack, 코코넛나무 수액을 받아 발효한 후 증류해 만드는 스리랑카 고유의 술), 아주 맛있었습니다. 방을 열어 장소 제공해 주신 노 원장님께 감사! 여행 내내 끊임없이 맥주를 주문해 주신 김 사장님께도 감사! 전혀 술을 마시지 않으면서도 애주가를 배려해 주신 박 대표님께도 감사!

 

박 대표님께 감사할 일은 수두룩합니다. 배 위에서 석양을 보며 마신 맥주, 지루해 질만 하면 풀어놓는 구수한 입담, 무시해도 좋을 승객들의 사소한 불평에도 버스를 갈아치우는 과감성, 예정에 없던 툭툭이 여행 등등... 그리고 박 대표님 덕분에 맛 본 두리안과 망고스틴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두리안은 베트남에서 먹어본 터라 그냥 그랬지만 (아니, 베트남의 두리안에 비하면 고약한 냄새가 아주 약해서 더 맛있었습니다), 망고스틴은 처음 맛을 보았습니다. 조그만 크기에 껍질은 두껍고 속에 씨는 커서 과육이 많지는 않았지만 맛은 훌륭했습니다. 먹을 게 적어서 더 맛있게 느꼈던 걸까요? 한국에서 온 촌놈이 대표님 덕분에 망고스틴 맛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아주아주 싫어하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담배, 다까기 마사오, ()입니다. () 중에서도 저 혼자만 절대적이라고 하는 유일신, 그리고 그런 유일신의 노예가 될 것을 강요하는 종교를 지독하게 싫어합니다. 그런데 유럽을 가면 관광지 대다수가 교회, 성당, 이런 곳이더군요. 가장 누추한 말구유에서 태어난 예수를 섬긴다면서 교회와 성당은 왜 그리 웅장하고 화려할까, 그걸 짓기 위해 가난한 신도들, 농노들을 얼마나 쥐어짰을까, 폐쇄 조직인 수도원 안에서 얼마나 많은 인권유린이 벌어졌을까, 신의 이름을 내걸고 전쟁과 살육을 벌이는 게 과연 사랑일까, 옛날에 일어났답시고 주장하는 기적, 이적이 과연 물리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 등등... 이런 생각에 성당이나 교회에 들어가면 저는 마음이 불편합니다. 이런 불손한 마음을 갖는 걸 보면 제가 사탄의 후예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하여간 이번 여행에는 교회나 성당 방문이 딱 두 번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좋았습니다. , , 하며 혼자서 피식 웃고 넘어가면 되는 일이 딱 두 번만 있었으니까요.

 

대신 힌두교 사원과 불교 사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힌두교 사원에서는 자기 혼자만 최고라고 뻐기지 않는 수만 가지 신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게 보였습니다. 불교 사원에서는 부처님의 자비로움을 느꼈구요. 그래서 전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사원에서 제가 크게 감동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같이 여행하는 일행 중에 아주 진지하게 부처님께 기도하고 탑돌이를 하는 신자가 몇 분 계셨던 것이지요. 그 분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경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간절하게 기도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 뒤에서 나는 뭘 하고 있나? 대충 둘러보고, 증명사진이나 찍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 나오는 버스로 돌아갈 생각이나 하는 속물 아닌가? 일생 동안 절에 가 본 적이 수없이 많았지만 이렇게 숙연한 마음, 죄스러운 마음이 들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번 여행하는 동안 제가 부처님의 뒷모습을 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여러 번... 그분들의 기도가 이루어지기를 저도 기원합니다.

 

맨발로 다니는 맛도 알게 됐습니다. 처음엔 사원에 들어갈 때마다 신발을 벗는 게 귀찮았습니다. 신발을 벗어 맡기고, 다시 흙투성이 발을 샌들에 밀어 넣고... 도대체 이게 뭔 짓이여? 그냥 대충 다니게 해 주지... 근데 몇 번 맨발로 다니다 보니 맨발의 맛을 알게 됐습니다. 발바닥에서 느끼는 원초적인 맛이랄까? 가끔 작은 돌조각을 밟아 느끼던 아픔도 점차 참을 만하더군요. 햇볕에 달궈진 돌바닥이 뜨거워 폴짝폴짝 뛰긴 했지만... 그래도 견딜만한 고통이었습니다. 이래서 요즘 한국에서 맨발 걷기가 유행하나 봅니다. 허리띠를 풀고 반바지를 끌어내려 무릎만 가리고 입장하는, 허락된 반칙(?)도 조그만 즐거움이었구요.

 

또 다른 즐거움은 한껏 올라간 한국의 위상을 본 것입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대뜸 환하게 달라지는 현지인들의 표정. 간혹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고, BTS를 안다며 친근감을 표시하고, 같이 사진을 찍자며 옆으로 다가서고... 한국말을 공부한 사람은 한국인과 한 마디라도 더 대화를 하고 싶어서 이런저런 말을 걸어오고...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한국은 인기 있는 나라였습니다. 그렇게 한국에 호감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보답으로 뭔가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더군요. 알아 듣기 쉽도록 또박또박 한국말로 대화에 응해주는 것 말고는... 태극기 배지(badge)나 태극기 문양 손수건 같이 한국을 상징하는 조그마한 물건을 준비해 갔더라면 좋았을 걸... 다음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꼭 준비해 가렵니다.

 

이런 많은 즐거움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것은 함께 여행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60대 후반. 제 주변의 사람들 대부분이 기득권 수구꼴통입니다. 삐딱하게 살아온 저와는 대화가 되지 않습니다. 자칫 말다툼으로 번지기도 하구요. 그러나 이번 여행을 함께한 일행은 달랐습니다. 모두 60대 이상이거나 곧 60대에 진입할 분들이었고, 일반적으로 말하는 꼰대 반열에 들어선 분들이었는데요. 한겨레와 인연이 있는 분들이라 달랐습니다. 그래서 얘기가 통하더군요. 공들여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는가 했는데 갑자기 추락한 나라의 위상을 아쉬워하고, 피 흘려 어렵게 이룩한 민주주의가 사람 하나 잘못 뽑는 바람에 무너지고, 서초동에서 설치던 검폭(劍暴) 조직원들이 중요한 자리를 꿰차고 앉아 나라를 망가뜨리는 현실을 한탄하면 이구동성으로 동의를 해주고 함께 걱정을 했습니다. 그 덕분에 썩얼이(얼이 썩은 사람, 을 가진 탓에 말과 행동이 심히 그릇된 사람을 저는 그렇게 부릅니다)를 실컷 비판하고 맞장구 칠 수 있었지요. 이번 여행의 최고 즐거움은 서로 얘기가 통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좋은 일정 마련해 준 BK투어, 여행을 주관한 박 대표님, 우체국택배 상자 들고 다니며 수고한 인솔자님, 함께 다니며 정을 나눈 아름다운 일행 분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다음에 또 뵐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이스뚜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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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담이정자
조선생님!!
잘 지내시지요.
인도 여행은 모두 따듯한 사람들이었어요,
후기 재미지게 잘 읽었습니다~~^^
늘 건강하게 지내십시요. (2024-03-25)
BK LEE
신발을 벗고 하는 것이 불편하셨을 수도 있으셨을 텐데 그 또한 여행의 재미로 느껴주시고 즐거운 마음으로 여행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 여행에선 좋은 출발일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습니다. 건강하시고 다음 여행지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202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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